#미녀와야식
italian fine dining 「Y Spazio」(와이 스파치오)에서 열어본 dining party.
단연 한우 티본 스테이크의 독무대였다.
몇달전, 객단가 두자릿수가 넘어가는 fine-dining의 마케팅 디렉터로 일할 때다.
고기는 항상 옳다-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한우에 대한 로망은 늘 애틋하고 아련한 그런것이었는데
고기의 맛과 질 때문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 농수산물, 우리나라 축산농가들도
우리 레스토랑과 함께 잘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그런 가여운 마음이었다.
한국사람이면 다 그런가
마트에 가니 실명제로 퀄리티를 보장해 보이려는 시스템이 철저했는데,
그렇다고 이 소가 살아있을 때 이름이 꽃순이였다는 것 까지 소비자가 알 필요가 있었을까?
수입소에 대한 인식이 부드러워진 만큼,
한우축산농가는 살아남기 위해 이만큼이나 간절해 진 모양이다.
우리 레스토랑에서 파스타 보다는 스테이크를 더 많이 팔아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메뉴판을 디자인 하면서는
내가 메뉴판을 훑어보는 손님이 된 상상을 하는데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한 명의 고객 관점에서 나 역시도,
지금도, 여전히, 메뉴판을 덮지 못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선택은
결국 안심이냐 등심이냐 였다.
큼직한 T자 모양의 등뼈에
한쪽은 안심, 한쪽은 등심이 붙어있는 티본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양쪽을 다른 노하우로 구워내야해서
왠만큼 자신있는 쉐프가 아니면 주력메뉴로 내놓기 쉽지 않다니
어딜가나 기본은 한다는 뜻.
재미있는 것은,
그동안 이 괜찮은 메뉴를 한우로 즐기는 것이 불법이었다는 것이다.
육우 유통법상 한우는 부위별로 취급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인데
안심과 등심이 붙어있는 티본은 그래서 한우로 다루어질 수 없는 메뉴가 됐다고.
다행히 어지러운 시국을 틈타
재치있는 정치가들이 이런저런 무쓸모한 규제들을 풀어냈고,
우리는 티본 스테이크를 한우로 즐길 수 있게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저런 스토리텔링을 엮어
결국 스테이크를 많이 파는 레스토랑을 기획할 수 있었다.
꽃순이를 키워냈던 횡성의 박상순 사장님도 안녕하시겠지.
지금은 노르웨이산 냉동 연어를 상대로
강원도 고성의 살아있는 생연어가 이길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마침 가격경쟁력에서도 좋은 타이밍이라
재미있는 무언가가 또 한번 만들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어가 몸에 좋은 이유야 더이상 할 필요 없을 것 같지만 오늘은 조금 불편한 이야기...
횟감으로도 쓸 수 있는 노르웨이산 수입 연어가
국내 연어 소비량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수온이 낮고 깨끗한 북유럽은
연어가 잘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고
오랫동안 연어양식을 해 온 기술과 노하우 역시
세계 최고의 연어 수출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가장 빠른 비행기편으로도 13~14시간이 걸리는
그 먼 거리를 생각해 봤을 때
과연 아무 걱정없이 마음껏 먹어도 되는건지
한번쯤 생각 해 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2013년 외신 특종으로
노르웨이 연어 양식장에서
항생제, 살충제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해
근처 바다에 상어조차 다니지 않는다는 기사가 떴다.
노르웨이는 유럽국가 중 유일하게 EU에 가입하지 않았고
수산부장관이 현직 어류 양식업자였기 때문에
연어 양식에 살충제를 쓰는 것에 관대했다는 이야기.
어쩐일인지 국내엔 이런 기사가 좀처럼 이슈화 되지 못했고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노르웨이 수입 연어의 가격만
30% 이상 하락, 사람들은 그 이면을 보지 못한 채
갑자기 연어 붐이 일어나 소비량만 급증했다.
정작 노르웨이에서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살충제 사용을 줄였지만
집약된 양식 환경에서 살충제 양만 줄인 결과
흡혈해충인 바다 이의 번식으로 연어만 떼죽음 당한다.
온난화로 노르웨이의 수온, 수질 역시
더이상 믿을만한 환경이라고 볼 수 없을텐데
이미 연어에 길들여진, 연어 프레임에 완전히 갇혀버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은 어떻게 될까?
이런 걱정을 이미 수년전 부터 해오면서
그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는 영웅들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다.
수온에 민감한 연어를 제대로 양식하기 위해
날이 더워지면 양식장을 더 깊이 내리고
날이 추워지면 양식장을 끌어올려
연어에게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방식을 개발해
국내산, 살아있는 연어를
노르웨이 수입 연어보다도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
수십시간 비행기를 탈 일이 없으니
온갖 항생제 따위가 필요없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기 전이기 때문에
쓸데없는 살충제도 필요 없는 강원도 활연어를
더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이미 시즐감 넘치는 색소연어와
노르웨이 수입연어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입맛과 습성을 바꾸려고 하지 않겠지만
깨어있는 쉐프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 먼저 나라를 가둔 프레임을 깨뜨려 줄 것이라 믿는 수밖에..
그렇다면, 국내산 활연어가 노르웨이, 칠레산 수입 연어를 상대로
멋지게 전세역전을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단순히 우수한 연어양식장을 공개하고
방송매체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수출하면
양식업자, 유통업자들은 큰 돈을 벌겠지만
중요한건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어에 길들여진 입맛에도 맞춰주면서
더 착한 식품으로 국내산 활연어가
큰 자리를 차지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수입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생, 안전, 식감, 신선도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생선알- 부위에서 부터 한판 벌려볼 만 하다.
프렌차이즈를 응용해
새로운 요식산업의 한 형태를 꾀하자면
연어만 가지고는 어딘지 아쉬움이 많다.
같은 해산물+해산물 역시 그렇다.
고급홍차 fine tea + 연어알 샐러드 or 디저트
남자친구를 위한 장어 + 여자친구를 위한 연어
예를들면 「연&장」이라는 이름의 캐주얼 레스토랑?
아주아주 매운 조리법과 치즈를 응용해
연어와 맥주 혹은 와인 조합으로
주인공이 연어인 포차, 즉 주연포차 혹은 연주포차-
어쨋든 연어/ 해산물 - 틀을 깨고
여성고객에게 어필하기 좋은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
청결감과 식감, 시즐감, 느낌좋은 분위기를 연상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통해 인기몰이를 시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으악 소리가 날 정도로 연어알을 엄청나게 쌓아주어 비주얼로 충격을 주는 메뉴는
무조건 대박날 수 밖에 없다.
육회, 단호박, 새싹 샐러드, 치즈, 크래커, 바게뜨, 석화, 케잌, 뭐가 됐든 받쳐주는 식재료는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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